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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20/04/08 01:01
[앵커]
한 보험설계사가 지게차 운전기사에게 5년간 78개의 보험상품을 팔았습니다.
보험료만 1억 5천만 원인데, 보험료를 내기 위해 대출까지 받았다고 합니다.
알고 보니 이 기사는 지적장애를 앓고 있었습니다.
보다 못한 회사 동료들이 보험설계사를 고소했지만 결과는 불기소 처분이었습니다.
이세중 기자가 취재했습니다.
[리포트]
지게차 운전을 하는 49살 이 모 씨는 2012년 한 보험설계사를 만나 보험에 가입했습니다.
처음엔 암보험 등 한두 개였지만 계속 늘어나, 결국, 5년간 무려 78개나 가입했습니다.
보험료 금액이 1억 5천만 원을 넘습니다.
월 평균 보험료가 230만 원, 한 달 월급 대부분을 보험료로 내야 했습니다.
[이OO : "맨날 낙이 없었어요. 집에 가면 힘들어서. 버는 돈은 한정돼있는데 나가는 돈은 이만큼이니까..."]
암보험에 입원비, 간병보험, 종신보험뿐 아니라 치아, 당뇨 보험까지 중복되는 것도 상당수고, '이목구비' 보험 상품은 이 씨에게 가입 기억조차 없습니다.
한 달 보험료가 99만 원이나 되는 고액 상품도 있습니다.
보험료 내느라 대출을 2천만 원이나 받았고 전세금도 일부 빼야했습니다.
홀로 사는 이 씨는 설계사의 상품 가입 종용을 거부하지 못했다고 합니다.
[이OO : "진짜로 쉽게 말해서 죽고 싶은 생각 진짜 몇 번 많이 했어요."]
무엇보다 이 씨는 사회 연령이 10살 수준인 경도 지적장애를 앓고 있습니다.
사연을 알게 된 회사 동료들은 보험 해약을 도와주고 경찰에 신고도 했습니다.
[김재홍/직장 동료 : "다 갈취라고 생각하는데요, 다 돌려받았으면 좋겠어요. 그리고 이렇게 만든 장본인은 처벌을 받았으면 좋겠고..."]
경찰 조사 결과 보험설계사 김 씨는 보험사 19곳의 상품을 이 씨에게 가입시키고 4,900만 원의 수당을 받아갔습니다.
또, 계약과정에 자신의 지인이나 딸의 친구 이름을 피보험자로 등록시켰습니다.
이 씨의 해약 요구 때는 아직 안 된다, 해약하면 손해라며 계약 해지를 피했다고 합니다.
[이OO : "(보험사) 전화 왜 피하냐고, 빨리 이거 해야된다. 네네네 대답하라고 막 그렇게 강요하고 그랬거든요."]
보험설계사 김 씨는 이 씨는 지적장애가 아니라며 이 씨가 원한 보험 가입이었다고 반박했습니다.
오히려, 이 일로 보험설계사 일을 못하게 된 피해자라고 주장했습니다.
보험사들은 절차상 문제가 없다며 환급을 거부하고 있고, 검찰도 증거불충분 등의 이유로 대부분 불기소 처분했습니다.